"한국 역사상 없었던 시도"…'반도체 선수'들도 주목한 기업 [강경주의 IT카페]

입력 2023-10-02 11:00   수정 2023-10-02 17:42


지난 27일 서울지하철 4호선 사당역 인근의 한 빨간 벽돌 빌딩. 이곳 7층에는 대한민국 반도체의 역사에서 한 번도 시도되지 않은 최첨단 기술이 연구되고 있다. 개념도 생소한 데이터처리가속기(Data Processing Unit·DPU)를 개발하는 시스템반도체 기업 망고부스트가 주인공이다. 문을 열고 사옥에 발을 내딛자 회사 이름인 망고처럼 노란색으로 도배된 연구 공간이 기자를 맞이했다. 한쪽 벽면엔 'Our DPU makes all devices smart'라는 문구가 큼지막하게 써있었다. '우리가 만드는 DPU가 모든 디바이스를 똑똑하게 만든다'는 의미다. 회사를 창업한 김장우 망고부스트 대표의 자신감이 엿보였다.
망고부스트는 어떤 회사
김 대표(사진)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DPU가 반도체 시장의 미래가 될 것"이라며 "사실상 한국에서 DPU를 하는 회사는 망고부스트 뿐"이라고 입을 열었다.

김 대표는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로, 컴퓨터 시스템·서버 아키텍쳐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로 평가받는다. 몸이 두개라도 모자랄 그였지만 원하는 일을 하고 있기에 정신적 스트레스는 없단다. 망고부스트는 김 대표의 서울대 연구실 제자 15명과 삼성전자, 네이버, 인텔, 마이크로소프트(MS) 등에서 일한 직원들이 창업 멤버로 뜻을 맞췄다. 망고부스트 미국법인을 지휘하는 인텔의 인공지능(AI) 가속기 개발담당 임원 출신 에리코 누르비타디(Eriko Nurvitadhi) 박사가 대표적이다. 삼성벤처스의 반도체 전문심사역 출신 박준기 최고재무책임자(CFO)도 망고부스트에 투자를 검토하다 합류했다.

김 대표는 서울대 고성능 시스템 연구실에서 2014년부터 DPU 핵심 기술들을 개발했다. 그는 DPU 프로토타입과 논문들을 △ISCA △MICRO △ASPLOS △HPCA △OSDI △ATC 등 컴퓨터 구조·시스템 분야 최우수 학술대회에 꾸준히 발표하며 창업 전부터 다양한 선행기술을 확보했다. 주요 학회에 게재한 관련 논문 수만 70여개에 이른다.

망고부스트에는 서울대, 카네기멜론대, 포항공대 출신의 박사급 인력 60여명이 서울과 시애틀에서 일하고 있다. 이들은 △응용 소프트웨어(SW) △시스템 SW △컴퓨터 구조 △반도체 등 시스템 전반에 걸친 경쟁력을 바탕으로 DPU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미 1세대 DPU 시스템 개발을 완료했으며 글로벌 업체들과 데이터센터 시장 적용을 위한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DPU가 뭐길래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는 익숙하지만 DPU 개념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최근 첨단 기술이 발전하면서 데이터센터가 처리해야 하는 데이터의 양이 폭발적으로 늘어나자 기존 CPU로는 이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하는 것이 한계에 직면한 상황이다. 이 문제를 보완해줄 기술이 DPU다.

DPU는 데이터센터 등 대규모 시스템 운영시 사용되는 서버의 과부하를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시스템반도체의 한 종류다. CPU, GPU, 프로그래머블반도체(FPGA), 메모리 등 여러 반도체를 하나로 결합해 효율성을 높이는 프로세서다. 한국에서 기술적으로 인정 받는 DPU 개발사는 망고부스트뿐이라는 평가다. 김 대표는 "망고부스트는 그간 한국에서 시도되지 않던 연구를 시작했기 때문에 이미 앞서가는 게임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국에선 아직 인지도가 높지 않지만 미국에선 소위 '반도체 선수'들이 먼저 알아보는 회사다. 이 회사가 뛰어든 DPU 시장은 이제 막 태동하기한 탓에 전 세계적으로도 기술력을 가진 업체가 엔비디아, AMD, 인텔, 아마존 등 주요 빅테크 대여섯 곳에 불과하다. 2019년 엔비디아가 이스라엘 반도체 기업 멜라녹스를 70억달러(8조5000억원)에, 지난해 AMD가 데이터센터 서버용 반도체 개발 스타트업 펜산도시스템즈를 19억 달러(2조5000억원)에 인수하면서 DPU 기술을 확보했다. 올 초에는 마이크로소프트가 DPU 스타트업인 펀저블을 인수하며 이 분야에 뛰었다. 하지만 이 기술조차 현재 초기 단계다. 표준이 없기 때문에 망고부스트의 역량에 따라 한국이 표준이 될 가능성도 있다.
높은 시장성…2027년까지 100조원 규모
글로벌 시장조사전문기관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DPU 시장은 연평균 35%씩 성장해 2027년까지 100조원 규모로 늘어날 전망이다. 김 대표는 "DPU는 아직 초기 시장이기 때문에 블루오션이라고 할 수 있다"며 "망고부스트가 보유한 논문 경쟁력과 관련 특허, 연구 성과를 보여주고 싶어 창업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부도 DPU 시장의 성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 3월 망고부스트를 직접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하고 현장 간담회를 가졌다. 당시 간담회에는 이 장관과 김 대표 및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연구계 전문가 등 13명이 참석해 DPU 관련 정부 연구개발(R&D) 지원 방안에 대한 폭넓은 논의를 진행했다.

이 장관은 "AI가 화두로 떠오름에 따라 이를 위한 하드웨어로서 고성능·저전력 반도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DPU 핵심 기술을 확보한 망고부스트가 AI 시대의 시스템 반도체 시장을 선도하길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김 대표는 "DPU는 아직 초기단계로 향후 성장 가능성이 매우 큰 데다 한국이 충분히 세계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분야"라면서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이 DPU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상황에서, 메모리 뿐 아니라 시스템반도체에서도 세계를 선도하는 한국 기업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겠다"고 강조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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